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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하여

진관사 태극기 휘날리며, 항일 독립운동가 백초월

by 헤비멘탈 2021. 3. 10.

안녕하세요.

말이 많아 역사를 말하는

투머치토커입니다.


진관사 백초월 스님

▶ 1939년, 그 해 용산
1939년, 일제는 중일전쟁에 대한 결정적인 승기를 잡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잘못된 욕망이 키워낸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었죠. 비인권적 강제징용을 실시하고, 국민들에게 전쟁 물자를 위한 각종 물품들을 죄다 빼앗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살림살이에 붙은 모든 쇠붙이를 납부하도록 강요해 뾰족하고 날카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이와 정든 살림은 만주로 가는 군용열차에 옮겨졌습니다. 용산역이 대신 숨죽여 울었고, 그저 숨이 붙어 돌아오기만을 바랐습니다. 나라 잃은 설움이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호랑이가 천하를 호령하다가 이빨이 빠져 병참기지 간수가 되는 일. 뽑힌 이빨을 보며 영광을 회상하는 것. 다시는 두꺼운 육질을 뜯을 수 없다는 괴로움.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열차에 오른 젊은 청춘들은 이 잔인한 여행길에서 살아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호랑이 새끼가 여기 살아있음을, 이제 막 송곳니가 나와 잇몸이 근질근질함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써놓은 '대한독립만세'라는 강렬한 격언을 보고 가슴에 품었기 때문입니다.

 

1937년 용산역 낙서 사건 일제 기록

▶ '대한독립만세', 용산역 낙서 사건
용산에서 만주로 가는 그 길고 긴 적막에 조국의 젊은이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한 남자는 고민했습니다. 그 무의미한 시간을 좌절로 채우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적어도 같은 얼을 담은 민족의 선배가 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차가운 쇠붙이 사이로 흐르는 슬픔이 극에 달했을 때, 그 남자는 기어코 불을 질렀습니다. 그것도 차디찬 가슴에! 용산 철도국에서 노동자로 있던 박수남이 용산과 만주의 간극을 단 여섯 글자로 메워버린 것입니다. 냉랭해진 가슴에 불을 지폈으니 얼마나 뜨거워졌겠어요. ‘대한독립만세!’ 그는 스스로 젊은이들 앞에서 민족의식을 몸소 보였습니다다. 백문불여일견. 그 군용열차에 쓰인 여섯 글자로 더 이상 그 열차는 죽음의 열차가 아니었습니다. 만주로 끌려가는 청춘들에게 그대들이 곧 호랑이라는, 이 땅의 주인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생(生)의 열차였습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중일전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독립이 먼저임을 일제에 고한 패기였습니다.

 

<백초월> 책 표지

▶ 초월 스님과 일심회
1919년, 3ㆍ1운동 직후 백초월 선생은 나라와 민족이 마주한 현실에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독립을 위한 비밀결사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조직 구성에 박차를 가하죠. 그때 화엄경에서 깨달은 일심(一心)을 독립운동에 접목해 일심교(一心敎)라는 항일 이념을 창설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마음을 하나로 뭉치면 독립이 이루어질 것이라 본 것입니다. '용산역 낙서 사건'은 박수남 애국지사가 단독으로 진행한 것은 아닙니다. 백초월 선생과 일심회가 계획한 항일 작전이었습니다. 일제의 탄압과 유린에 맞서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거사를 단행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은 용산에서 만주로 떠나는 군용열차에 ‘대한독립만세’라는 격문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단 6음절을 쓰는 일에 불과했지만, 생사를 걸고 역사를 쓰는 일이었습니다. 박수남 지사는 조선 독립을 목적으로 설립된 항일 비밀조직인 일심회(一心會)의 일원으로 그 임무를 맡은 요원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초월 선생은 박수남과 함께 일제에 붙들렸고, 관련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끌려가 갖은 고문을 받았습니다.

 

진관사 태극기

▶ 시간을 초월한 '진관사 태극기'
진관사 태극기는 2009년에 진관사 칠성각을 해체하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90년이라는 깊은 잠을 자고 모습을 드러낸 태극기의 자태는 그야말로 뭉클함을 불러일으켰죠. 이것은 우리나라 사찰에서 발견된 최초의 태극기로 불교계의 독립운동을 대변하는 중요한 사료가 되었습니다. 특히, 일장기 위에 그려진 태극기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의 민족의식을 담아 강하게 저항한다는 의미로 일장기를 덮어버린 것입니다. 이 얼마나 뜨거운 의지입니까.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람으로 학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바로 백초월 스님입니다. 태극기를 보고 있으면, 초월 선생의 의지가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기세입니다. 그리고 그 숨결에 닿을 것만 같습니다. 엄혹한 시대의 소음을 듣지 않고 치열하게 살았던 초월 선생의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일장기를 덮으면 덮었지, 고개 숙일 수 없다는 초연함이 무릎 꿇게 만들었습니다.

 

▶ 하나가 되는 대한민국 
매년 습관처럼 광복절이나 삼일절 등 국가기념일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간을 초월한 백초월 선생의 가르침과 진관사 태극기가 아른거립니다. 선생의 그 정신을 다시 되짚습니다. 한마음이면 모든 것을 이룬다는 말이 가슴에 박힙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한마음으로 이룬 이 땅을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닐는지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가 할 일을 묵묵히 해내야 합니다. 우리가 선 이곳이 과거로의 회귀로 향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정치도, 종교도, 양성도, 노소도, 세계도 원치 않는 일입니다. 국가 안팎으로 잡음이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로 뭉치는 것입니다. 서로 손가락질하는 게 아니라 손을 잡아야 합니다. 서로 발길질을 할 게 아니라 발을 맞춰야 합니다. 그럴 때, 초월 선생께서 남긴 정신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장기를 태극기로 덮었던 그 초월 선생의 의지가 나, 너, 우리의 뿌리임을 잊지 않기로 합시다. 그다음은 우리가 전해야 할 차례이므로.

 

태극기 휘날리며 포스터

▶ 태극기 휘날리며 재개봉 
이런 와중에 2021년 3월 17일, 장동건 원빈 주연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상당히 가슴 뭉클하게 본 영화인데, 현대 기술로 더 보완하여 나온다니 기대가 됩니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참 아픈 역사가 많은 나라입니다. 고화질로 개봉될 태극기 휘날리며를 기대하고, 다시 한번 진관사 태극기에 대한 고귀한 마음을 상기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진관사 태극기와 백초월 스님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저의 포스팅이 이웃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한 삶이지만 고귀한 가치를 지향하며 사시는 이웃님들이시길 바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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