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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하여

군대가 나라를 지키지 못한다면, 조선의 육군 참령 박승환

by 헤비멘탈 2021. 3. 11.

안녕하세요.

오늘은 박승환 참령을 이야기할

투머치토커입니다.


고종(1852~1919)

헤이그 특사 파견과 고종 폐위

1907년 7월, 조선에는 서슬 퍼런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미 예상했던 것이지만 나라의 국운을 변하게 할 것이었기에 그 누구도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그 분위기는 곧 현실이 되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고종이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를 파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제가 고종의 폐위를 매섭게 몰아붙인 것이다. 그리고 강렬히 불탔던 그날의 태양과 함께 고종의 운명도 함께 역사의 뒤꼍으로 타들어 갔다. 나라 잃은 것도 서글픈데 마지막 심장까지 태워버리는 일제의 만행에 나라는 울고 또 울었다. 이 참혹한 현장을 바라보며 일제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시위대 1연대 1대대장 박승환 참령이다. 박승환 참령은 누구인가? 

 

박승환 참령(1869~1907)

진정한 군인 박승환 참령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을 한 번쯤을 들어봤을 것이다. 2018년에 방송했던 미스터 션샤인 이라는 드라마에서도 박승환 참령의 역사적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뤘었다. 그만큼 우리 역사에 기억되어야 할 인물인 것이다. 박승환 참령은 1887년, 열여덟 살에 무과로 급제해 무관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군인으로서의 큰 뜻을 세우고, 대한제국의 정규군이었던 시위대에 소속되었다. 그 당시 조선 군인들의 상태는 입에 담지 못할 일제의 만행으로 인해 반일 감정이 극에 치달았던 때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제까지 잃는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이후 박승환 참령은 일제가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는 것에 분노해 정변을 모의했으나 황제에게 화를 씌울까 우려되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짐(朕)이 생각하건대 국사가
다난한 때를 만났으므로
쓸데없는 비용을 극히 절약해서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일에 응용함이
오늘의 급선무이다.”

 

프랑스 언론에서 남대문 전투를 그린 삽화

 

박승환 참령의 자결과 순국 투쟁
고종 퇴위 후 같은 해 7월 31일, 일제는 자신들의 야욕을 이루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을 군대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아무리 약자라고 한들 손에 총칼을 쥔 군인은 위협적이다. 이에 을사오적 이완용을 앞세워 고종의 뒤를 이은 순종을 겁박해 정미늑약을 체결, 대한제국 군대해산을 명하는 칙령을 내린다. 국가 존망의 최후의 보루인 군대가 해산된다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렇게 우리 선조들은 설움을 견뎌냈다. 8월 1일 모든 군인들을 남대문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 해산시키며 무기를 압수하자, 이제서야 그 야욕을 알아챈 군인들이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오직 나라를 위해 위국헌신 군인본분하겠다는 젊은 정신들이 이슬로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단 한 발의 총성이 남대문 하늘로 울려 퍼졌다. 박승환 참령이 자결로써 순국 투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뜨거운 불꽃이 될 줄 그 누구도 몰랐다.


군대가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신하가 충성을 다하지 못한다면,
만 번 죽어도 아깝지 않다.


(軍不能守國 臣不能盡忠 萬死無惜)

군불능수국 신불능진충 만사무석

 

박승환의 자결순국 민족기록화(박기태 그림)


아직 식지 않은 한 장의 유서는 부하들의 감성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예하 부대원들에게 그의 자결 소식이 알려지자 마음속에 설움이 북받쳤다. 그리고 강하게 해산을 거부하며 무장봉기해 남대문 전투가 벌어지게 되었다. 박승환 참령의 정신이 모든 군인에게 흡수되며 군인정신이 바로 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박승환 참령의 유언(군불능수국 신불능진충 만사무석)처럼 만 번 죽기로 결심한 것이다. 역사는 그날의 전투가 계란으로 바위를 친 격이라고 기술되어 있지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교훈이 있다. 바로 육체는 닳아 없어지나 정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독립 의병들의 정신적 지주 
박승환 참령의 순국은 절대 헛되지 않았다. 그의 순국 투쟁은 독립 의병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살아서는 이루지 못한 꿈, 죽어서 이룬다는 가치를 세운 것이다. 우리의 삶은 늘 부족함을 입에 달고 사는 인생들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확신을 갖고 그것이 항상 진짜라고 믿는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좋은 삶이란 세상에 고이 간직될 만한 정신을 남기는 것이다. 그것은 거대하게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닌 지금 내 옆의 사람에게 좋은 감성을 투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굴복하지 마라. 무릎 꿇지 마라. 당신도 능히 정신적 유산을 남길 수 있다. 그날의 그 사람처럼.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

우리의 이러한 역사는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역사를 잇는 일은 후손에게 전하는 일이다. 마치 먹고사는 일이 전부인 세상이나 공수레 공수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세상, 후손들의 정신적 가치가 더욱 강해지도로 오늘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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